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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아이 줄거리, 인상 깊은 문장, 종합

by 익명의 독자 2024. 7. 12.

겨울아이 줄거리

<겨울아이>의 중심 인물인 니콜라는 학교에서 주관하는 스키 캠프를 가게 된다. 하지만 니콜라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았다. 니콜라의 아버지는 이전에 발생한 버스 사고를 근거로 들며 니콜라를 스키 캠프가 진행되는 곳에 직접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담당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지만 니콜라의 아버지는 완강했고 니콜라는 친구들과 함께 스키 캠프에 가지 못하고 아버지의 차로 스키 캠프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니콜라의 캠프 가방을 내려 주지 않고 돌아간다. 친구들은 전날에 도착해서 즐겁게 참여하고 있는데 니콜라는 혼자서 왔고 함께 시작하지도 못했고 가방도 없었다. 갈아입을 잠옷도 없고 캠프에서 사용 할 모든 것이 가방에 있었기에 니콜라의 불안은 점차 커져만 갔다. 더욱이 잠자는 도중 오줌을 싸는 버릇이 있던 니콜라로서는 그 불안이 극을 향해 치달았다. 현장에 있던 선생님의 도움으로 학급의 대장이라 여겨지는 오드칸의 잠옷을 입고 니콜라는 자려 했지만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니콜라는 불안했다. 니콜라의 머릿 속에는 불안한 생각이 가득했다. 어린 아이를 유괴해 눈, 간과 같은 장기를 도려내어 장사를 하는 밀매꾼들의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릿 속에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들이 그 불안을 가속한다. 부모님은 어째서 도망치듯 이사를 했을까, 엄마는 왜 전화벨이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을까, 아빠는 왜 간혹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멍하니 있을까, 그리고 왜 아빠는 자신의 가방을 주러 스키 캠프에 오지 않을까. 니콜라의 상상과 불안은 커져만 갔다. 스키 캠프 선생님 중 한 명인 패트릭의 도움으로 니콜라는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다. 그와 보내는 시간은 니콜라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을 주는 시간 이었다. 하지만 니콜라는 자는 도중 결국 오줌을 쌌고 밤 중 숙소를 뛰쳐나가 빈 차에 숨는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채 발견되어 장례식을 치르는 것 까지 상상하고 의식을 잃고, 패트릭이 그런 니콜라를 발견하여 구조한다. 그 다음 날 친구들은 스키 연습을 가지만 니콜라는 몽유병이 있어 밤 중 숙소를 나가 빈 차에 숨어들었고 그 덕에 감기에 걸렸다는 이유로 사무실에 홀로 남는다.  니콜라는 패트릭과 함께 마을 어귀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헌병을 만난다. 헌병은 가까운 마을에서 아이가 실종되었다 말하며 니콜라와 대화한다. 그 날 밤, 니콜라는 오드칸과 실종된 아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다음 날 실종된 아이인 르네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니콜라는 며칠이 지났지만 가방을 가지고 오지 않는 아버지를 상상하게 되고 장기 적출과 수술도구, 밀매가 상상을 극으로 치닫게 하며 불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사무실로 온 전화, 선생님들이 니콜라를 보며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의 상상과 불안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즈음, 패트릭은 니콜라를 깨워 직접 운전하여 니콜라의 집으로 니콜라를 데려다 준다. 니콜라는 아무 말 없이 패트릭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도착한다. 니콜라는 그 모든 불안과 상상과 현실에 침묵하기로 결심하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인상 깊은 문장 

<겨울아이>는 아이의 시선이 주를 이루는 글이다. 어른의 시선에서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을 아이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일지, 일상의 틈에서 낯선 틈을 끄집어 내어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일례로 몇 가지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단순한 사고였나보다. 

아버지가 말했다. 이 안도감에 실린 어조에 니꼴라는 놀랐다. 사고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는 투였다. 

 

-너를 사랑한단다, 니꼴라.

아버지가 말했다. 

이 말이 니꼴라에게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중략) 금세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은 초점을 잃고 있었고 손은 떨리고 있었다. 

 

사실, 니꼴라는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더 좋았다. 이렇게 전화를 하는게 썩 내키지 않았다. 집에 전화가 걸려 오는 일이 아주 드물긴 했지만, 아버지가 안 계실 때 전화벨이 울리기만 하면 어머니는 두려운 빛이 역력한 채 전화기 쪽으로 가곤했다. 

 

위 언급한 세 가지 서술이 <겨울아이> 전체의 서사에 깔린다. 아이의 눈에서 어른의 대화와 생활상을 보고 극으로 치닫는 상상이 펼쳐진다. 만약 이러한 상상이 그저 머릿 속 망상에서 끝난다면 명작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서사가 나아가며 니꼴라를 둘러싼 어른 들의 대화, 태도, 행위에서 니꼴라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낌새가 보인다. 아이가 보게 되는 그 일련의 행위가 극으로 치닫는 상상을 다시 불러 일으키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언저리로 니꼴라는 상상과 현실을 일치시키며 담담히 걸어간다. 이러한 구조를 쌓기위해 쌓여만 가는 하나, 하나의 문장과 그 장치가 참 매력적인 소설이다. 

종합

<겨울아이>의 작가인 엠마뉘엘 까레르는 프랑스 소설가로 주인공을 비극 속에 빠뜨리는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쓴 글의 설정은 글의 화자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그러한 경향은 그의 첫 장편소설인 <콧수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콧수염>에서 화자는 콧수염을 밀고 편지증 환자가 된다. 그의 다른 소설에서 여교사인 화자는 카지노에 미쳐 폐인이 된다. <겨울아이>의 니콜라는 자신의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그 속으로 담담히 걸어들어가 침묵한다. 하지만 그가 화자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을 보고 사디스트적인 글을 쓰는 작가라고 일축하기에는 무리다. 그는 비틀린 현실을 제시하며 허구와 현실을 뒤섞고 상상이 이성을 흔들고 논리가 부조리에게 굴복하고 희극이 비극이 되는 그 지점을, 민감한 경계선을 보여주는 작가다. 일례로 <겨울아이>의 니콜라는 단순히 아버지의 자식일 뿐이고, 무죄인 동시에 유죄이기도 하며 희생양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겨울아이>는 우리가 아는 어떤 소설로 설명하기 참 난해하다. 역사소설, 순수 소설, 모더니즘 소설이라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서사를 끌고 가는 구성이 추리 소설의 것을 끌고 왔지만 그렇다고 장르 소설이라 할 수도 없다. 추리 소설적인 재미가 곁들여진 소설로서 순수 소설과 장르 소설의 경계에 있다 해야할 것이다. <겨울아이>는 정교한 공예품과 같다. 글의 전반에 흩뿌려진 소설적 장치들은 정확하게 그리고 교묘하게, 치밀하게 배치되어 왜 쓰였는지를 글을 읽어감에 따라 알 수 있다. 자동차, 해부 모형, 아버지의 직업, 브라질 팔찌와 같이 작품에서 사용된 모든 것은 그 자체로 <겨울아이>를 완성하는 빠져서는 안 되는, 결말의 필연성을 강조하는 장치이다. <겨울아이>는 아이의 시선에서 그 모든 것을 보고 그것들이 그려내는 현실을 상상하고, 그 불안 속으로 걸어가 결국에 무릎 꿇리며 길을 잃게 만드는 작품이다.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설계된 비극적인 소설을 접하고 싶다면 <겨울아이>는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